『고향집1』 - 김명길
초가집 오순도순 정겨운 삶의 터전
진목정 집집마다 호롱불 환히 켜고
후덕한 고향의 정이 꽃피웠던 그 옛날
어릴 적 높디높은 섬돌이 낮아졌고
온 가족 모두 떠나 홀로 된 고향집은
저 혼자 외로움 되새기며 빗물 줄기 스몄네
드넓은 마당 뜰엔 잡초가 무성하고
팽나무 뽕나무들 멋대로 자리 잡고
뒷마당 머굿대 군단 으스대며 자라네
설 추석 고향 찾던 칠 남매 오지 않네
웃음꽃 피어나던 그날이 그리워서
고향집 적막감에 쌓여 흐느끼는 고요함
이 작품의 제목은 <고향집1>이다. 이 고향집은 부모, 형제자매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다.
이 작품은 다섯 수로 구성된 연시조이다. 이처럼 연시조가 5수 이상 되면 조선시대
장가長歌라 불리었던 가사의 성격을 띠게 된다. 그래서 서정적인 면보다는 서사적인 면이나
서경적인 색채가 농후하게 된다.
이 작품을 읽어보면 김명길 시인의 자서전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시인 자신의 이야기이고 자기 집, 자기 마을의 이야기이다. 그 고향집은 초가집이었고,
정겨운 삶의 터전이었던 것이다. 전기불이 안 들어오던 시대라 호롱불을 켰던 시절이었지만
후덕한 고향의 정은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작품은 시간적으로 현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옛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제2수 초장에서는 “어릴 적 높디높은 섬돌이 낮아졌다”고 하였다.
섬돌의 높이가 낮아진 것이 아니라, 그 섬돌을 딛고서 사는 주인공이 성장해서 쉽게
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표현법을 역설법이라 한다. 역설법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표현을 한 것이다. 실제로 섬돌의 높이가 낮아질 수 없겠기 때문이다.
제2수에서는 온 가족 모두 떠나 홀로 된 외로운 집이라고 하였다. 이 부분도 자아가
외로운 것이지 집이 외로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제3수에서는 빈집에 잡초만 무성하다는 것을 실감 있게 그렸다.
드넓은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팽나무나 뽕나무들이 멋대로 자리 잡고, 뒷마당에는
머굿대 군단이 으스대며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폐가廢家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명절 때면 고향집을 찾던 칠남매도 오지 않으니, 고향집은 적막감에 쌓여 흐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의 주제는 고향집이 그립고, 웃음꽃이 피어나던 그때가 그립다는 뜻이다.
또한 유년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원용우(시조시인, 문학박사)
성연 신인선 『진목』 김명길 시인 시조집 발췌
<김명길 호 眞木 시조시인(문학박사)>
-동아대학교 졸업
-한국교원대학교 국어교육 석사과정 수료,
-경성대학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대동중고등학교 경성전자정보고등학교 정년퇴임
-재부산호남향우회‘湖友’紙편집장(전)
-교단수필‘교목’동인회장(전)
-계간‘수필시대’편집장(전)
-민주평통사상구자문위원(전)
-언양김씨김취려사적편찬위원(전).
-언양김씨부산종친 회장
-노령문학회 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여강시가회 고문
-오륙도문학회 고문
-계간 시와늪 심사위원
-시와늪문학관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