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꽃과 향기
세상에는 세가지 대표적인 유혹의 냄새가 있다고 한다.
첫째로 배란기 때 순결한
처녀의 몸에서 풍기는 체취
둘째는 발정기 때 뿜어내는
사향노루의 암내
셋째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피운 난 꽃의 향기
동물의 암컷 냄새는 수컷을 유혹하는 향기이며 난 꽃의 향기도 자가 수정을
위하여 벌과 나비를 부르는
종족 보존을 위한 본능적인 유혹의 물질이다.
봄에 화사하게 핀 난 꽃의 향기를 인간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음미하지만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하여 몸부림 치는 처절한 유혹의 물질인 것이며,
바닷가 절벽에 핀 풍란의 향기가 십 리까지 간다는 사실이 좋은 예이다.
인간은 수정한 후 10개월 만에 생명이 탄생하지만 난도 7,8월에 꽃대를 올려
이듬해 3,4월에 꽃을 피우니 개화까지만 거의 8~9개월이 걸려 인간 못지않게
긴 인고의 시간을 거친다.
자가 수정이 성공하고 씨방이
성숙하면 포자를 날려 난 균의 도움을 받아 새
개체인 생강근으로 발아하기까지 몇 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하니 새로운
난의 개체는 오히려 인간의 생명보다 더 어렵고 긴 여정을 겪어야 탄생한다.
난의 꽃 향기는 주위에서 흔히 보는 꽃의 향기보다 더 절실한 생명의 향기라는
사실이며 난 꽃의 향기와 고운 모습은 종족보존을 위한 신의 명령인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한국 춘란은 꽃 향기가 없어 벌 나비를 유혹하지 못하니 향기 대신
화려한 색상으로 인간을 유혹해서 종족유지를 하는 것 같으니 난 하는 사람은
재배기술을 연마해서 난의 종족 유지를 해줘야 하는 사명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