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오래 전의 일이다.
인공증식을 주로 하는 어느 난 농장을 방문하여 중국 녹운의 배양종을 한 촉을 구입했다.
배양종은 보기 드문 복륜이었고 튼실해서 키울만 했고 서너 촉이 되었을 때 꽃대가 빨리
붙었고 잘 관리해서 꽃을 보니 녹운답게 명화가 피었으나 꽃에 설판이
2개나 있었다.
난을 산 농장주에게 설판이 2개 있는 꽃이 피었는데 가끔
있는 일이냐고 물어보니
뿌리가 튼튼하고 난이 건강하면 그런 꽃이 필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해 주었다.
그 다음해도 꽃을 보니 역시 설판2개가 있는 예쁜 꽃이
피었다.
좋은 꽃도 2년 연속으로 감상하니 흥미도 떨어졌고 관심도 없어졌는데 어느 날
녹은 대주에 연부병이 와서 전 촉이 고사하려 했고 최초 구입했던 구주 한 촉이 살까
말까 한 정도가 되어 1촉이라도 살리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한 기억은 있으나
그 후 죽었는지 살았는지 관심에서 멀어져버렸고 난대에서 발견도 되지 않았다.
암만해도 인공 증식이라 자연에 대한 저항력이 부족하여 자연 소멸된 것으로 생각했고
난이 태어나 사라지는 것은 운명이라 생각하여 별 미련이 없었는데 난 재배를 좀 오래
해보니 최근에야 알았는데 설판 2개가 보기 좋게 피는 녹운은
인공 증식 과정에서 발생
한 돌연변이의 기형종이 틀림없고 가치도 있는 귀한 종자인데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처음부터 기형종인줄 알았으면 좀더 잘 관리했을 걸 후회하면서 혹시나 난 대의 다른
복륜과 혼식이 되어 있을까 기대를 하면서 복륜의 난 화분을 모조리 뒤지니 10여년이
흘렀는데 기적같이 딱 1촉이 다른 복륜과 혼식되어 살아
남아 있고 라벨에 희미한
복륜녹운 표시가 남아있어 횡재를 한 기분이 들었고 다시 대주로 만들어 꽃을 봐야겠다
는 희망과 기대감아 생겨 기분이 너무 좋았고 난 하는 사람의 즐거움이 이런 것인가!.
사실 난 꽃은 녹색 꽃잎에 하나의 흰 설판에 붉은 점이 모자이크가 되어 있는 보통의
민춘란이 극히 정상적인 난이고 홍화,황화,백화,자화,소심,복륜,산반,단엽등 난 애호가가
즐겨 재배하는 난은 전부 자연에서 돌연변이로 생긴 기형의 종자이다.
산채를 해보면
소위 원예성이 있는 종자를 발견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
녹운 복륜쌍설 기화는 자연이 아닌 인간이 만든 돌연변이이며 이 난이 자연에 적응해서 계속
살아만 준다면 보통의 난
명품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정상상인 기본종이 아닌 기형의 종자가 대접받는 세계가 난의 세계 인데 요즘은 기화인
난 꽃에 꽂혀서 또 어떤
새로운 기형종이 나오나 학수 고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