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사진2015년 겨울 구레 계족산이라는 골짜기에서 데려온 난초의 현재 모습이다. 처음 산골짜기에서 녀석을 만났을 때는 이렇게 멋진 모습이 아니라 볼품없이 꾀죄하고 초라한 난초였다.
가파르게 경사진 산골짜기여서 메마른 땅에 영양실조에라도 걸렸는지 성냥개비처럼 볼품없이 짧고 가느다란 난초였다.
그런데 부엽이 두껍게 쌓인 탓에 헛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갑자기 몸이 미끄러지자 벌건 흙이 드러났고,
그 자리에서 아주 작은 고사 위기에 있는 말라깽이 녀석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야구빠따처럼 생겼다 해서 일명 빠따변이라는 이름의 난초였다.
사진상으로는 제법 크게 보이지만 5센티가 될까 말까한 아주 작은 녀석이었다.
2번 사진
녀석을 데려다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배양하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변신을 했다.
봄이 되어 신아가 화장토를 뚫고 올라올 때는 눈이 부시게 유백색으로 올라와 성장하면서는
차츰 짙은 녹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3번 사진
난초가 원래 갖고 있는 유전자가 잘 드러나 있는 난초로 변신한 모습이다.
이쯤이면 아름답고 예쁘고 원예식물로써의 가치를 잘 나타낸 멋진 모습이다.
이름하여 환엽이다. 구레의 산에서 산채했다 해서 구레환엽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는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처럼, 자식처럼 녀석을 여기며 애지중지하며 길렀고
사진을 찍거나 일대기를 쓰듯 메모해서 기록을 남겼다.
아직도 안타까운 것은 10년이 되도록 녀석의 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녀석이 꽃을 피우는 날 마침내 난초의 원예가치는 완성된다.
그걸 보려고, 꽃을 피워보기 위해 10년이라는 세월 애물단지처럼 베란다에서 양껏 햇빛을 쪼여주고 물을 주고 영양분을 주고 농약을 주며
지극정성으로 녀석의 생명을 보살펴왔다. 난초를 대하듯 나를 사랑해주면 안 되느냐고 마누라에게 핀잔을 들으면서.
반려식물이 제아무리 귀엽고 예쁘다 해도 어디 인간의 생명만큼이나 귀중하겠나마는.
난초를 배양하는 것도 모두가 인간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치를 깨달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거늘.
또 반드시 그러해야 하는 것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