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靈動)할매* - 강재일
아직은 낯이 설어
네 발치서 서성댄다.
떨치지 못한 미련
문고리를 부여잡고
온밤을 흔들어대며
그렇게도 울더니.
끊어진 애비소식
애가 타는 섬 집 아낙
무시로 덮쳐오는
섬을 핥는 한숨소리
저리도 사나웠었나
매일 듣던 자장가.
*영동할매 : 음력2월에 부는 바람의 여신.
음 2월엔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온다.
영동할매가 딸을 데리고 올 때는 딸의 다홍치마를 자랑시키려 바람을 일으키고,
며느리를 대동하면 다홍치마를 적시려 비를 몰고 온다고 한다.
이때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리는 어촌에서는 유별난 어려움을 겪는다.
봄이 오는 길목, 지난해의 묵은 먼지와 때를 깨끗이 털어 내고 씻어버리자는 뜻의 믿음이 아닐까?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같은.
모셔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