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 재
어느 날 아파트 화단에 누군가가 바짝 말라서 잎이 갈색으로 변한 난 화분을 버린
것이 눈에 띠어 무심코
말라버린 난초를 꺼내보니 뿌리는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이 다 말라있었고 벌브는 6~7개 되었지만 전부 다 죽었고 맨 마지막
한 개는 만져보니 딱딱하게 느껴져 아직 살아 있는 듯 하였다.
화분은 보통 선물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청자형 이중 화분이었고 난석은 바크와
부엽토가 혼합된 흔하지
않은 용토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승진이나 개업용으로
선물을 한 난 같았는데
관리를 잘못하여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선물 받은 난 주인이
밖에 내다 버린 것으로
보였다.
무슨 종의 난인지 모르지만 벌브 한 개가 아직 살아 있는 듯 한데 그대로 쓰레기
통에 버리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한번 살려보기로 마음 먹고 죽은
잎과 벌브를 제거하고 뿌리 심은 그대로 두고 한 개 남은 벌브는 젖은 수태로
조금 감싸서 원래의 그 화분에 그 용토로 도로 심어 놓았다.
관음죽, 군자란 등 화초에 물줄 때 그 난 화분에도 같이
물 주면서 난이 살든지
죽든지 난의 운명이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어느 날 그 난 화분에 새 싻이
조금 돋아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으며 식물도 생명력이 질기다는 것을 실감했다.
주워온 난이라 별 관심도 없었지만 일년 내내 난 화분을 밖에 내놓아 두기가
그래서 추운 겨울에는 실내에 들여다 놓고 봄이 되면 다시 화단에 두는 반복적인
관리를 했고 일체의 비료도
살충제도 살균제도 사용한 적도 없고 분갈이도
한 적이 없었는데 난은 무럭무럭 자라서 6~7년이 지난
어느 가을날 꽃대가 올라
온 것을 발견하고는 식물이지만 생명의 끈질김에 새삼 놀라고 말았다.
가을에 피니 분명 춘란은 아니고 하란인가, 한란인가, 도대체 무슨 난인가 궁금했
지만 꽃의 화형도 좋고 향기도 나고 매년 반복해서 피워주니 이것이 횡재 아닌가!
돈을 투자 한적도 없고 애지중지 한적도 없고 단지 마르지 않도록 때 맞춰 물만
주었는데 이게 웬 떡인가! 꽃 모양새를 보니 제주 소란 같기도 하고 외국 난
같기도 하고 이름도 모르지만 그래도 저승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난이 대견하여
이제는 당당하게
난 실에 입실하여 난 대접을 받으니 난도 횡재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