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을 왜 키우나요? 라는 졸필을 자유글터에 올렸더니 이틀 만에
1,400회가 넘는 조회 수와
여러 댓글을 보고 난나라 자유글터의 위력에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특히 난나라 김영길사장님의 심금을 울리는 절절한 회상의 글과 공감하는 애란가의 댓글을 보고
역시 난은 인간의 마음을 녹이고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 식물이라고 생각되네요.
옛날에 읽은 책 속에서 보았던 전장에서 쓴 어느 병사의 편지의 내용이 생각나네요.
때는 2차 대전중으로 지금부터
75년 전 일인데, 일본의 난 애호가가 병사로 소집되어 남방의
전장에 파견되어 처음으로 집에 있는 젊은 부인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의 일부입니다.
갑자기 소집되어 군대에 들어가고 정신 없이 훈련 받고 남방에 파견되어 연속적인 전투에 투입되어
오랜 만에 처음으로 집에 안부 편지를 보내려고 필을 들다 보니 제일 먼저 키우던 난 생각이 난다.
집에 있는 난이 건강한지 제일 궁금하다, 올 때 정신이 없어
난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왔는데
내가 시킨 대로 물은 잘 주고 있는지? 올해 꽃은 피었는지?
생사가 걸린 전투 속에서도 자꾸 집에 둔 난 생각이 난다.
당신이 보고 있는 난은 나라고 생각하고 잘 키워라.
대충 이런 내용인 것으로 기억되는데 떨어져 있는 가족보다 키우던 난이 더 걱정되다니 좀 심한 것 같네요,
누구나 처음엔 호기심으로 난을 시작하다가 점점 연수가 쌓이면 이 병사처럼 미치게 되는 가 보지요.
그 당시 병사가 키웠던 난은 중국춘란으로 지금의 난 꽃처럼 화려한 난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물을 주고
난과 대화를 하여 정이 들대로 들었고 꽃도 보지 못하고 출정을 하여 미련이 많이 남았던 모양이지요.
역시 난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은 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것 같고 난도 사람의 애정을 먹고 사는 것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내 손에 들어오는 난은 전부 인연이 있어 들어 오는 것 같은데 키우는 난 하나 하나에
모두 곡절이 있고 역사가 있는 난인데 어찌 애정을 갖지 않을 수가 없겠어요.
같은 동네에 사는 대기업 회장을 지내신 선배 한 분이 작년 새해 초에 사무실을 방문해서 멋지게 핀 연판란을
보고 꽃도 좋고 향이 참 좋은데 집사람이 꽃을 좋아하니 이 화분 나한테 주면 안되나? 라고 하여 친한 선배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여 망서리다가 “예, 선배님 시간을 주시면 다른 화분으로 만들어 드릴께요” 하고는
하나밖에 없는 화분이라 적당히 분 촉을 하고 잘 키워서 1년
후 꽃을 붙여서 그 선배를 초청했더니 지난해 그냥
달라고 했던 말은 다 잊어버렸는지 말이 없어서 작년에 선배님이 달라고 하여 분 촉해서 1년 간 잘 키워서 멋진
꽃을 붙였어요, 이 난 화분은 선배님 드리려고 준비한 것입니다.
글쎄 난 가격은 잘 모르는데 이 난 화분의 가격은 얼마나 되지? 아마 이 난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하였고,
난 값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잘 아는 외국인 친구한테서 어렵게 부탁해서 손에 넣은 난인데 비행기 값, 호텔비
그리고 그 친구한테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한 비용을 따지만 이 화분은 한 백 만원 정도 될까요 했더니만 그 선배는
갖고 가려던
그 난을 슬그머니 그냥 놓고 가버리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렇게 비싼 난 인줄 몰랐네, 난 귀한 난은
키울 수가 없네 , 아마 죽이고 말 걸세”
평소 인품과 수양 정도가 대단하여 존경하는 선배인데 괜히 쓸데없는 가격 얘기를 해서 준비한 난도 전해드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어요.
난은 다른 식물과 달리 사람과 인연이 없으면 자기 손에 들어 오지도 않고 애정이 없으면 잘 자라지도 않는
식물인 것 같아요.
애정을 가지고 잘 키운 난은 튼튼하고 좋은 꽃을 피우지만 그렇지 못한 난은 시들시들해지고 풀이 죽어 있는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