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나라직거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알림사항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자유글터

    작성일 : 19-06-22 17:15
    蘭중일기 4
     글쓴이 : 설향난원
    조회 : 1,477  

    4.

    어딜 봐도 그는 선생 티가 안 났다.
    평소에도 추레한 츄리닝과 슬리퍼 차림의 그는

    세안를 하는 지 마는 지 항상 왕방울만한 눈곱을 달고 다녔고
    오 십줄 인데도 팔순에 가까운 거칠고 질서 없는 머리카락을 소유한, 성격 또한

    괴팍하기 이를 데 없는 근래 보기 드문 외계종이였다.

     

    때는 일본에서 막 난초바람이 불어 닥치던 시점이었네.
    선사 이래 난초는 지천에 깔렸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극히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소위 ‘ 귀족 문화 ’ 였네.
    중세의 ‘성경’ 처럼 말이네.
    이러한 난문화가 오랜 곡점을 지나 대중이 자각하게 된 것은 불과 몇 십 년 전이라네.
    그때야말로 내가 가는 곳이 바로 난 산지였고 개척지였지.
    바야흐로 난초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거였네.
    지금에야 웬만한 산지는 전국구가 되어 그 씨가 마른 상태지만 말이야.
    혈기왕성했던 그때의 나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가 느꼈을 만한 기쁨을 만끽하며
    온 산천을 누비고 다녔다네. 그러던 어느 날,


    단엽에 서반을 물고 나오는 종자가 나오는 밭을 가게 되었다네.
    해마다 어김없이 한두 촉 씩 올라와 주는 나만의 효자 밭이었는데,
    그 날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네. 그 대신
    나뭇가지에 대롱거리며 달려있는 한 통의 ‘ 막걸리 ’ 를 보게 되었지.
    자세히 들여 다 보니, ‘한 잔 하시게, 한 발 늦었네’ 라고 쓰여 있지 않겠나.


    이런 우라질! 묻어 놓은 생강근 까지 싹쓸이 해 간 것을 보니 보통 놈은 아니었지.
    뒷통수를 얻어맞은 나는 그만 맥이 빠져 그 자리에 텉썩 주저 앉고 말았는데 오마이 갓.
    언제부터 거기 그렇게 있었던 건지 큰 독사 한 마리가 나를 노려보며
    떡하니 고개를 쳐들고 있지 않은가.

     

    나는 그만 숨이 멎을 것 같았지. 순간이 영원 같았다네.
    그렇게 얼마간 꼼짝 않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가
    노련하고 세련된 내가 먼저 말했다네.
    셋 샐 동안 각자 가던 길 가자고 말이야.
    하하. 나는 알고 있었다네. 맹수는 맹수를 알아보는 법!
    그렇게 셋을 세고 나는 꽁지 빠지게 내뺐다네.


    난이고 뭣이고 다 내팽개친 채 고개에 고개를 넘고 계곡에 계곡을 넘어 달리고 또 달렸다네.
    꾼이 한 낯 ‘ 뱀 ’ 가지고 뭘 그렇게 까지 야단을 떠냐고?
    보통 뱀이었으면 달랐겠지. 하지만 그날 만난 그 독사 놈은
    뱀의 수준을 넘어선, 그렇지 예의 그 파충류의 ‘ 특이점 ’ 을 넘어선 놈이었어.

     

    ‘ 특이점 ’ 이라시면?
    의심이 가득 찬 얼굴로 막내가 물었다

     

    흠..원래 이 단어는

    인공지능이 그 설정 값을 넘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기점을 말하는 것이네.
    그니까 ‘ 자체진화 ’ 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네.
    이는 자연계도 예외는 아니라서 인간은 물론이고
    이 세상 만물이라면 모두 이 ‘ 특이점 ’  지니게 되어있지.


    다만, 이것은 동일하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자각 수준>에 따라
    달리 일어나는 것이네. 흔히들 말하는 ‘ 깨달음 ’ 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네


    딱 그 때 본 ‘ 뱀 ’ 이 그랬다네. 이미 그것은 더 이상 뱀이 아니었다네.
    그 뿐 아니라 그 시공간에 있던 유무형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뭔가>를 보여 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달까. 안타깝게도, 우둔한 나만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지. 극심한 ‘ 두려움 ’ 으로 말이야.

     

    하여튼,
    그렇게 달리고 달리다 지친 나는 결국 어느 나무아래서 숨을 고르게 되었다네.
    한동안 그러고 있다 순간 기절초풍할 뻔 했다네. 내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 한 발 늦었네 ’  그 막걸리 통이었네.
    그렇다네. 어찌된 일인지 나는 돌고 돌아 다시 그 곳에 와 있었던 거네.


    소름이 돋아 얼른 자리를 피해 일어서려는데, 그 와중에 저만치서 매직아이처럼
    난초 하나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나 참, 그냥 갈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래서 냉큼 그 곳으로 가보니, 이제 막 꽃봉오리를 올린 어미 난 이었다네.
    심상찮은 자태라 절로 봉오리에 손이 갔는데, 아, 정말 죽는 줄 알았네.


    어디서 튀어 나왔는 지 갑자기 무시무시한 아가리가 나타나  내 팔목을 꽈악 물지 않았겠나.
    으아악, 펄쩍 뛰며 물린 팔목을 보니 피는 철철 흐르지, 살갗은 시퍼렇게 달아오르지.
    나는 지체 없이 ‘ 독 ’ 을 빨아내기 시작했다네. 이 섹시한 입술로 말이네.

     

    하하, 그렇다네.
    나의 이 기똥찬 순발력으로 비록 생명은 건졌지만,
    그 댓가로 이렇게 치아가 모두 녹아버렸다네.
    쯧, 그렇게 불쌍한 눈으로 나를 보지들 말게. 엄밀히 따지면 거래를 한 셈이니까.
    그러니까 이 준수한 외모를 내어 주는 대신, 이 세상에 단하나 뿐인
    고귀한 종자를 건졌으니 말이네.

     

    그게 어디 있냐고?
    아하, 개봉박두! 놀라지나 마시게, 그게 바로 여기 있는 복색두화소심,
    일명 ‘ 색즉시공 ’  이라네
    흡사 오페라 가수처럼 노래하듯 그가 말했다.

     

    깜짝 놀란 우리는 일제히 그가 치켜든 집게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그 곳에는 아무 것도,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텅 빈 걸이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무어라, 안 보이신다?
    아하, 거짓부렁일랑 마시게.
    그 날고 긴다는 고수들도 알현치 못한 그 귀한 종자들을 잡아 올 정도로
    <깊이 진화된> 자네들이 아닌가.
    자자, 그러지 말고 다시 한 번 유심히 보시게.

    어떤가, 이제야 보이시는가.
    하지만 조심들 하시게. 자칫 잘못하다간 꽃잎에 마음을 베일 수도 있으니.

     

     

                                                        그건 그렇고,

                                                        날씨도 꿀꿀한데

                                                        막걸리에 파전 어떤가

                                                       

                                                       
                                                        
                                                       

                                                        


    작천 19-06-22 19:38
     
    설향님! '蘭중일기 4 ' 감사합니다.
    오래 걸릴줄 알았는데 벌써 나왔군요.
    주선생은 좀 황당하네요. 술이 덜깼나?
    '蘭중일기 5'도 있나요?
         
    난나라 19-06-23 04:36
     
    작천님!
    어제오후에는 이곳에 상당히 많은비가 국지성으로 내려
    피해가 약간 나는곳도 있었답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 하시고요~~~
         
    설향난원 19-06-24 10:13
     
    작천님,
    어느 난실이나 주선생같은
    황당무계한 인물 한 사람씩은 있잖아요.
    저는 왠지 이런 류의 사람들이 끌려요~ㅎ
    난나라 19-06-23 04:35
     
    설향님! '蘭중일기 4  를 읽어보고 나니 5'가 기다려지네요
    그게 어디 있냐고?
    아하, 개봉박두! 놀라지나 마시게, 그게 바로 여기 있는 복색두화소심,
    일명 ‘ 색즉시공 ’  이라네
    흡사 오페라 가수처럼 노래하듯 그가 말했다

    색즉시공 (色卽是空) 에서 공즉시색(空卽是色)
    이세상은 차별지이므로 차별하되 차별상에 빠지지 않아야 깨달을 수 있다,
    집착없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라고 하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나는군요
    설향님의 맛깔스런 글에 심취하여 몇년 젊어 진것 같습니다.

    이제 무더위가 찿아와 몸보신도 해야 할때 인거같습니다.
    한지붕아래 난실 아우님이 완쾌하면 예전에 들렸던 쇠괴기 장소에서
    쐬주 한잔 기우려 봅시다요
         
    설향난원 19-06-24 10:23
     
    난나라님,
    글 쓰고 계속 제 기가 빠진다 싶었더니,
    그것이 난나라님께 빨려 간거였군요! ㅎ
    아무튼 회춘하신다니 기쁩니다
              
    난나라 19-06-27 07:24
     
    설향난원님!
    덕분에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장마가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난실주변 단댄히 붙들어 매어 피해가 없도록
    하세요.
    허기야 그곳은 시설이 야물게 하여 저 있어 걱정을 할필요가 없을것
    같습니다
     
     

    자유글터

    Total 1,741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명명품 거래에 대한 위약금 공지
    공지 <난나라 판매 난초 등재시 운영 협조문> (6) 난나라 23-09-25 5388
    공지 명명품 거래 위약금 보상에 대한 공지 (17) 난나라 20-11-06 21476
    공지 난나라 난향고을 진행사항!! 입주자를 찿고 있습니다, (33) 난나라 19-06-17 46777
    공지 난나라 홈페이지 새단장에 즈음하여 ~~~ (48) 난나라 18-03-06 138338
    공지 친인척간의 계촌법과 호칭 (17) 난나라 13-12-29 34939
    1061 백조의 성 (4) 후곡 19-07-12 830
    1060 종로에서 30분 -난실(비닐하우스아님) (2) 한강 19-07-11 2320
    1059 뮌휀의 교회 (1) 후곡 19-07-11 625
    1058 난나라를 다녀 와서!! (12) 어울림 19-07-10 1870
    1057 뮌휀 (2) 후곡 19-07-05 623
    1056 뮌휀 (2) 후곡 19-07-01 811
    1055 드레스덴 2 (2) 후곡 19-06-27 838
    1054 난 판매 하는 분 (14) 난보고 19-06-26 2721
    1053 蘭중일기 4 (6) 설향난원 19-06-22 1478
    1052 난나라 난향고을 진행사항!! 입주자를 찿고 있습니다, (33) 난나라 19-06-17 46777
    1051 드레스덴 (1) 후곡 19-06-21 927
    1050 늘ᆢ건강 하세요 (2) 하얀 19-06-20 1015
    1049 사죄의 글을 올립니다 (4) 초원난원 19-06-20 895
    1048 조각품 후곡 19-06-19 819
    1047 蘭중일기 3 (8) 설향난원 19-06-18 1696
    1046 드레스덴 (1) 후곡 19-06-15 669
    1045 즐ᆢ금 되세요 (2) 하얀 19-06-14 811
    1044 고고한 자태 (4) 초원난원 19-06-13 1101
    1043 벼룩시장 (2) 후곡 19-06-12 646
    1042 호수 (2) 후곡 19-06-10 520
    1041 아파트 주변의 풍경 (6) 어울림 19-06-10 1101
    1040 그리스 (2) 후곡 19-06-08 669
    1039 이번 비 피해는 없으셨는지요? (8) 난나라 19-06-08 874
    1038 산채후기 (3) 초원난원 19-06-03 906
    1037 풍란 (2) 후곡 19-06-01 1167
    1036 6월도 행복ᆢ건강 하세요 (3) 하얀 19-06-01 691
    1035 울릉도 독도 (7) 정헌 19-05-31 1168
    1034 로하스길 (2) 후곡 19-05-31 790
    1033 꽃대 제거해야하나요 (5) 주공 19-05-29 664
    1032 울산 지법 "발파공사 탓에 난초 고사 했다면 배상헤야 " (2) 아롬 19-05-26 727
    1031 연등회 (2) 후곡 19-05-23 632
    1030 박수로 건강 지키기 (2) 아롬 19-05-22 1028
    1029 마사 산지 (2) 난보고 19-05-22 700
    1028 蘭중일기 2 (6) 설향난원 19-05-21 1141
    1027 蘭중일기 1 (2) 설향난원 19-05-21 798
    1026 마사 , 바크 사용 하는 분 (1) 난보고 19-05-21 655
    1025 안부전합니다. (2) 宇康 19-05-20 462
    1024 꽃이 피는 그날까지 (4) 난보바 19-05-20 997
    1023 곡성세계장미축제 (2) 난나라 19-05-19 1208
    1022 황매산 철쭉감상도 하시고........... 우리 초보들은 공부도 열심히 ~~~ ;;; (5) 사통팔달 19-05-18 626
    <<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