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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글터

    작성일 : 19-05-21 16:29
    蘭중일기 1
     글쓴이 : 설향난원
    조회 : 797  


    1.

    매서운 한파도 지나고 변덕스런 꽃샘추위도 지났다. 바야흐로 봄이다

      

    그래서인지 지릿재 경매장터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난초 경매는 오후 2시에 시작되지만, 각지의 상인들은 아침 이른 시각부터

    좋은 위치를 선점하느라, 희귀한 종자목을 찾아내느라 분주했다.

    난원 한 켠에는 주인장인 김사장님이 큰 소쿠리 가득 삶은 달걀과 막걸리를 내어 놓았다.

    사람들은 그것으로 아침 허기를 채우고 마음을 데웠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경매장에 혼자 나왔다. 남편없이 말이다.

    사실, 여기 이 자리에는 남편이 와야 마땅했다.

    그는 그의 인생에서 이루지 못한 명예와 권위를 여기 이 난초시장에서 이루고자하는 야망으로 가득했다.

    젊은 시절부터 난초를 산채하고 수집해 온 남편은 때마침 직장을 그만두고 빈둥거리고 있는 나에게

    어처구니없게도 그 소명을 대신하게 했다.

    처음엔 고작 풀대기 하나에 거창하게 야망씩이나 읊어대는 남편이 측은하기도 하고

    딱히 하릴도 없고 해서 이 요상한 행상을 시작했지만, 이 쪽으로는 전혀 문외한이었던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난초 나라 이상한 앨리스가 된 느낌이었다.

    그러다 바야흐로 상인 수업의 일환으로 남편은 여러 종류의 남자들이 어슬렁거리는 이 전쟁터에 나를 밀어 넣고는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난을 사보라주문했다. , 비겁한 자식!

     

    이렇듯 두려움과 원망이 엄습할 때 쯤 누가 내 어깨를 툭 쳤다

    형수님. 제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 드릴까요? 심심한데.

     

    같은 난실에 있는 나대로 씨였다

    상대적으로 여자다 싶으면 반말을 일삼고 농짓거리나 하는 여느 장사치들과는 달리

    나와는 고작 한 살 차이였지만 꼬박꼬박 형수님이라고 불러 주는 나름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형수님. 이 세상 살다보면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이상한 일이 생겨나곤 하지요.

     이를테면, 분명 조금 전 까지만도 거기 있던 라이터가 안 보인다든가, 아껴뒀던 소지품이 찾으면 없다든가 하는.

    꼭 도둑이 들어 그렇다기보다 집안 어딘가에 블랙홀이 있어 찾으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 뭐 그런 찜찜한.

     

    그래요, 뭐 그런 일은 이 나이에 다반사죠.

    하긴, 저는 얼마 전 운전 중에 막 껌을 먹다가 전화가 왔길래

    잠시 아주 잠시 백밀러에 먹던 껌을 뱉어 붙여 놓았는데, 통화가 끝나고 다시 찾으니 그것이 없지 뭐예요?

    백밀러는 그대론데 그 놈의 껌 딱지는 두 번 다시 찾을 수가 없었어요. 이런 귀신 곡할 노릇이 있나 말이죠.

     

    아하. 그러게요. 형수님 말마따나 그 귀신이 곡할 노릇이 일상에 지친 우리를

    잠시 잠깐 놀래킬 정도로만 하면 좋은 데 꼭 그게 그런 것만 아니더란 말입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이제 막 숨을 고르며 장을 들어서는 늙추레한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아마도 새벽 산채를 다녀온 모양인 지 온 몸이 흙과 땀에 절여 그 쿰쿰한 냄새가 장내를 진동시켰다.

    이 냄새를 신호로 그 산채꾼 곁으로 장내에 있던 상인들이 굶주린 승냥이 마냥 앞 다투어 몰려들었다.

     

    우리도 한 번 가볼까요? 하니,

    나대로 씨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형수님, 종자목을 판단할 때 물론 난초 그 자체가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 난초가 지금 누구 손에 들려있느냐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랍니다.

    아마도 지금 저 사람이 들고 들어온 종자목들은 하나같이 인기 무늬종일색일 겁니다.

    제가 장담하건데 적어도 저 사람은 산채꾼은 아니에요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내가 입을 삐쭉이 내밀자, 나대로 씨가

    좀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형수님, 너무 조급해 하지 마세요.

    그러다 눈탱이 한 번 제대로 맞습니다. 하하. 여전히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댔다

     

    아참, 그건 그렇고 아까 우리 어디까지 했었죠? 잠시 크지도 않은 눈을 굴리더니 마침내 그가 말했다.

    하여간 여기 난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이상한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곤 한답니다.

    공신력 갑인 지인으로부터 구입한 튼실한 난초가 하루아침에 누렇게 내려 앉는다든 가.

    방금 막 산채해서 내려왔다는 단엽 무늬종이 화학약품에 의해 만들어진 약반이었다 라든지 하는

    그런 몹쓸 예는 얼마든지 있지요.

    하지만, 이런 이상한 일들이 다른 사람이 아닌 에게 일어나면 상황은 좀 달라진답니다.

    얘기가 옆으로 새었지만 자, 제 이야기는 여기서 부텁니다 형수님. 하면서 숨을 몰아쉬면서 뜸을 들였다.

     

    형수님, 뭐니해도 난초의 정수는 엽보다는 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지금처럼 꽃이 한창인 지난 해 봄이었습니다.

    그 즈음되면 난초꾼들은 올해는 어떤 희귀한 꽃들이 나올까 기대에 부풀어 잠도 설치게 마련이지요.

    저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발정 난 수컷처럼 들떠 들로 산으로 헤집고 다녔답니다.

    그러다 곰보형님 난실에서 어느 춘란과 마주하게 되었지요.

    처음엔 민출엽에 민출꽃이 달린 그저 그런 무명의 춘란이었지만

    뭐랄까. 표정이 살아 있었달까, 아니면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달까.

    하여튼, 구석에 처박아놓은 그것과 눈을 마주치자 저는 그만 매료되고 말았지요.

    그리 값나가는 품종도 아닌데다 탐내는 사람도 없어 형님은 흔쾌히 가져가라 했지요.

    다만, 늦은 밤이고 얼큰하게 취기도 올라 다음 날 가져가기로 약속을 하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지만요.

    나대로씨는 그때의 안타까운 마음을 닦아내기라도 하는 듯

    괜시리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바닥을 북북 문질러 댔다.

     

    여하튼 다음날 저는 아침 해가 뜨기 무섭게 곰보형님 난실로 달려갔답니다.

    하지만, 세상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랍니까.  

    전날 저녁까지 내게 무언의 말을 걸던 그 춘란이 있던 그 자리가 휑하니 비어 있지 않겠습니까.

    곰보형님 또한 토끼 눈을 하고서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한참을 서 있었지요.

     

    한마디로 깜쪽 같이 < 사라진 > 겁니다

     

    .....

    나는 이 비현실적인 단어에 대해 잠시 생각하고는 그에게 말했다.

    사라짐도 그 형태가 있지 않아요?

    그니까 다른 것으로 둔갑을 했을 수도 있고, 소멸될 수도,

    아님 공간이동이나 그 뭣이냐 증발일수도 있고.

    정 뭐 그도 저도 아니면 착각 일수도 있고.

     

    착각이라면? 그가 진기한 동물을 보듯 물었다.

     

    그래요. 착각. 인간에게 달린 어줍잖은 시신경을 통한 뇌가 일으키는 오류 말이죠.

    물론 인간은 오감을 통해 뇌가 행동의 근간이 되는 판단이란 걸 하지만,

    이 중에서 특히나 시신경이 물어다 주는 정보에 의해 확신을 하게 되어있지요.

    오죽하면 부활한 예수가 토마스에게 너는 나를 보아서야 믿느냐라고 했겠어요?

     

    쉽게 얘기해서 제가 잘 못 보았다?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찼다.

    이 경우에는 납치라고 봐야지요 두 발 달린 원숭이에 의한 계략적인 납치.

     

    하지만 누가? 뭣 때문에요?

     

    아이고, 형수님. 채근하지 말아요. 오늘 장이 끝나려면 아직 한참하고도 멀었으니까요.

    그나저나 형수님 배 안고프세요?

     

    그러고 보니, 아침 일찍 먼 길을 달려온 장사치들이 하나 둘 풍선 바람 새듯 빠지고 자리가 듬성 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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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천 19-05-22 16:07
     
    '蘭중일기 2'로 연결됩니다.
    그래도 19-05-23 12:13
     
    설향난원 사모님
    믿음이 가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가짜가 맣아요  사이트에 위험 수준이네요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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