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고모
청량한 밤공기에 젖어
낙엽 진 숲에 들어와 하늘을 본다
어두운 푸른빛 하늘
산산히 깨어지고 부서져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만 같다
달 없는 밤하늘은
별들의 세상이다
어릴 때 보았던 밤하늘이
여기 숨어 살았나 보다
옆집 살던
정화 고모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달덩이 같던 고운 얼굴
지금은 어디서 곱게 늙어 계실까
내 나이 일곱 살 즈음
고모는 별들의 사는 얘기를 들려주곤 했었다
반짝이는 작은 별들이 서너 개 모여 하늘을 가로질러 오가곤 할 때면
별들이 시집가고 장가가는 거라며 재밌어 했었다
별들도 아들 낳고 딸도 낳고 식구끼리 모여 살아 간 단다
늙어서 힘이 없어지면
땅으로 떨어져 죽기도 한다며
밝게 떨어지던 별똥별을 가리키며 말해주곤 했던 정화 고모에게
뜬금없는 일을 물었다
근데 고모는 언제 시집가?
알아서 뭐하게?
으음~ 순자고모 시집 갈 때 고모네 할머니가 나한테 말했었거든
정화고모 시집 갈 때 떡국 많이 먹으라고!
언제 가는 건데 시집은?
그 후로 고모는 서울로 가고
거기서 시집도 가고 잘 살고 있다고
그날의 별들은 깊은 숲으로 들어가 조용히 숨어 살고 있었다
죄 지은 것 도 없는데 말이다
밤하늘 비행기의 불빛은
지금도 여전히 시집가고 장가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