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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터
작성일 : 19-12-17 23:05
조회 : 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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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별을 만나다
동방에서 세 사람의 박사가 별을 따라 이르른 곳
유대 베들레헴 초라한 마구간
나는 말먹이는 밥그릇이 되어 누어있었지
갓 태어나 강보에 쌓인 아기
말먹이처럼 내 품에 안겨 있을 때
나는 그 영광을 다 보았지
기쁨이었지
그는 목수의 아들이었지
보통의 아이들 보다 영민하여
가끔은 그의 아버지를 놀라게도 했었지
그는 순한 양 같아서 순종하는 아이였고
아버지를 따라 목수가 되었지
나는 친구였고 그의 삶이었지
그의 손길 따라 집도 되었고 가구도 되었지
아버지처럼 좋은 목수였지만
이끌림을 따라 빈 들
고통의 광야로 나아갔지
그를 다시 보았을 때
그는 나무가 되어 있었어
나와는 전혀 다른 힘 있는 나무
흔들림 없고 아름다운
윤기 있고 열매가 풍성한 참 포도나무
그는 생명 나무였지
열매 없이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만났을 땐
죽음보다 무섭게 꾸짖기도 했고
뽕나무에 오른 배척 받던 세리장을 만났을 땐
그와 친구가 되었고 그를 회심 시키셨지
그는 우리의 손을 잡아 주셨고
그와 하나 되어 살기를 원하셨지
그런데
그런데 내가 꼭 고백해야 할 말이 있어
나는 그를
내 등에 매달아 죽이고 말았어
어이없는 일이지만 사실이야
내 등에 메달려 죽는 건
고통 중에도 고통이었고
치욕 중에도 치욕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치욕의 상징 이었었지
그는 분명 내 등에 메달려 죽었어
분명히
똑똑히 그랬어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기적이 일어났어
사흘째 되던 날 새벽에
그 무덤의 돌문이 열리고 살아서 걸어 나오신 거야
믿기 힘들겠지만 이건 사실이야
병들어 죽은 마르다의 오래비 나사로를
그가 무덤에서 살려 내신걸 모두가 보아 아니까
그가
내 모든걸 지고 골고다에 오르셨고
내등에 못으로 박히셨지
모세가 광야에서 막대기 끝에 놋뱀을 달아
높이 든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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