拜年蘭.
난을 키우는 재미는 기다림의 재미인 듯 싶다.
미지의 난이라면 꽃 피기 전까지의 기다림이 더욱 더 안달이 난다.
꽃 봉오리가 맺힌 후 오랜 기다림 끝에도 꽃이 필 듯 말 듯 애를 태우면
그동안 폭염을 피하느라,극한 추위를 넘기느라 고생한 일들이 까마득히 멀어진다.
향은 왕이요 꽃은 무지개 색이라는 향왕채홍의 사진의 중국란은
오래전 친구들과 중국 리장에 여행갔을 때 한 촉 갖고 온 것이
재배 환경이 달라져도 고사하지 않고 이곳의 기후에 잘 적응해서 대주가 되어
꽃을 피워주니 난도 재배자의 수고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하다.
난 꽃은 기특하게도 새해가 되니 봉오리를 벌리기 시작하여 설날에 맞춰 만개를
할 듯하니 말하자면 배년 난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지난 일은 다 잊고 새 기분으로 새 마음으로 출발하라는
꽃의 신호 신호이기도 하다.
향왕채홍은 누군지 몰라도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향기가 왕이라니 꽃이 피면 눈을 감고 향기를 맡고 천상의 꽃밭에서 놀라는 뜻이고
무지개색의 꽃은 가만히 보고 귀인이 무지개를 타고 멀리서 미끄러지면서 다가오는
환상을 보라는 뜻이겠지요.
잠시라도 현실세계에서 벗어나서 환상의 세계에서 왕 노릇하는 꿈을 꿀 수 있다면
난 키우면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겠지요.
공기까지 얼어붙는 듯한 혹한 추위를 겨우 이겨내니 축복이라도 하는 듯 지금 밖은
백설이 난분분하여 춤을 추고 있고 난실의 한켠에 있는 향왕채홍도 꽃을 피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데 몇 년을 기다렸는데 그까짓 며칠은
조용히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지요.
새해를 맞는 배년난은 한국란이 아니라도 좋고 비싸고 귀한 난이 아니라도 좋다.
새해에 맞춰 고운 자태를 뽐내고 달콤한 향기를 뿌려줄 수 있다면 배년난으로서
더 바랄게 없지요.
지난해는 난 욕심에 눈이 멀어 난 사기꾼에게 무참하게 당하여 애태우기도 하고
자기 반성도 했지만 빨리 잊어버리고 신축년 새해에는 쓸데없는 난 욕심을 버리고
지금 있는 난이라도 잘 키워서 고운 꽃을 피우라고 향왕채홍이 말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