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 처럼 아침은 매우 쌀쌀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행여나 머리를 감지 않는 날은 근질근질하여 못난 성질 때문에 참지 못하고 긁어서 덧나게 하는 경우가 많아 아무리 독감이 걸려도 꼭 머리는 감는다. 머리감고 세수하고 마음을 정갈히 하여 오늘은 제발 토끼 몽뎅이라도 소심이나 하나 점지해 주십사 마음속으로 빌며 봄에 가서 대주가 많아 한 번 더 오리라 생각했던 산으로 향했다. 도로는 아침이라 그런지 희끗희끗 서리가 앉아있어 가끔 미끈덕거리는 느낌을 받으며 조심조심 다른 차에 껌딱지 붙듯 뒤에 붙어서 천천히 운전하여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1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 장흥군 J면 남들은 아무도 안왔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꼬불꼬불 비포장 험한 길을 운전하여 가는데 왠걸~~~산 쪽으로 자국도 선명한 바퀴 자국이 주욱~~~ 느낌이 '역시 오늘도 공탕이로구나. 제길, 그래도 아마 내 것은 어디 숨어 있을꺼야'하고 위안하며 산 속 깊숙히 차를 대고 갈고리를 챙겨 산으로 항했다. 일부러 입구로 되돌아 걸어나와 옆 산으로 향했다. 입구부터 역시 천지가 난 이었다. 뒤진 흔적이 없기에 쾌재를 부르며 갈고리를 대자 사상누각처럼 입구 낙엽이 스러지며 밑은 휑하다. 역시 어느 님이 벌써 밑은 다 털어봤나보다. 그 위에 낙옆이 살짝 덮이고~~~ 그래도 꽃은 간간히 있어서 열심히 들여다 봤지만 똑같은 그저그런 모양이다.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뒤에서 '탕 탕'하는 총소리가 났다. '헐~~~요기 사냥꾼이 온 거 아니야?' 다행히 빨강색 베낭을 매고는 있지만 옷이 문제였다. 앞에서 보면 영낙 노루인듯한 상의 색, 바지는 검정색~~~ 제발 나를 노루로 오인하지 말기를~~~ 일부러 큰 기침을 하며 계곡을 따라 열심히 올라갔지만~~~ 점점 싫증이 났다. 난초는 지천이지만 보고싶은 님은 전혀다. 오늘도 어제랑 똑같이 그냥 운동을 열심히 하였다. 아!!! 이성보 시인의 저서 "난을 캐며 삶을 뒤척이며"에서 언급했듯이 '수확은 피곤에 반비례하고 공탕은 피곤에 재곱비례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무지하게 피곤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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