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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초이야기

    작성일 : 17-11-13 10:43
    쥐방울덩굴(마두령:馬兜鈴) 이야기(月刊 蘭世界 2015.1월호 연재)
     글쓴이 : 녹제
    조회 : 1,529  

    쥐방울덩굴(마두령:馬兜鈴) 이야기

     

    햇살 한 줄이 곧다

    길게 늘어진 나목(裸木) 그늘 아래

    또각 거리며 걸어가는

    한필의 말과 친구가 되어도 좋겠다

     

    초록을 분실 해 버린 숲이

    시름하는 이산 저산 골짜기에

    숲을 위로하듯 사색하는 얼굴로

    가만 가만 울려 주어도 좋겠다

     

    망설이다 화들짝 놀라 터져버린

    부챗살 같은 설레임을

    무관심으로 내 던지지 마라

    타래 흐드러져 헝클어진 자리마다

    죽어 가야만 있을 내일 아닌가

     

    사방을 허우적이며 헤메이는건

    너 아닌 나였으면 좋겠다

    누가 흔들어 주지 않아도

    저 혼자 딸랑이며 고민하는 가을날

     

    가을은 참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계절이다.

    해가 남녘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초가을이란 느낌이 들 때면 온 산과 들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치장을 하고 한껏 아름다운 맵시를 뽐내고 나면

    어느 틈엔가 북풍에 떠밀린 찬바람이 서리를 가득 품고 밀려와

    순식간에 나뭇가지를 흔들어 앙상하게 만든다.

    바람이 불때마다 슁슁 소리가 나는 듯 한 나뭇가지 위를 가만히 올려다보면

    스산한 나목(裸木) 가지위에 위태롭게 매달려

    금방이라도 딸랑딸랑 소리를 낼 것만 같은 방울 형상의 열매가 있는데

    이 열매의 생김새가 마치 말의 이마에 매달린 방울 같다고 해서

    마두령(馬兜鈴)이라 이름 붙여진 열매가 바로 이것이다.

     

    말의 이마에 매달린 방울이란 의미는 참으로 많은 상상을 하게도 한다.

    신데렐라라는 동화에 나오는 말처럼 동그란 호박 마차를 끌고

    자정을 향해 어둠속을 질풍처럼 내달리는 검은 오추마가 상상되기도 하고

    서부영화에서 포장마차를 매단 채 먼지 자욱한 광야를 질주하는 쌍두마차가 생각나기도 한다.

    한편 80년대 초에 시내에선 음악다방이 한창 유행을 했었는데

    추운 겨울날 다방 한 구석에 앉아 있노라면 김 모락모락 피어나는 진한 커핏잔 위로

    감미롭게 흐르던 음악이 있었고 그 음악의 선율에 실어

    디스크 쟈키(disc jockey)들이 조금은 느끼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시()들을 한 소절씩

    낭송해 주곤 했었는데 우리 청춘의 감성을 자극하며 낭송되던 시()중에서도

    한동주님의 서시(序詩)”와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라는 시가

    아주 단골로 낭송되었던 기억이 난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거저 방울소리만을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참으로 몽환적이고 감성적인 구절이 아닐 수 없다.

    저녁 늦은 시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감성 짙은 디스크쟈키의 목소리로

    이 시가 낭송될 때마다 이불속에서 숨죽이며 이성을 상상 하던

    청춘의 기다림이 얼마였을까.

    그런데 참 어이없게도 이 마두령의 원예명은 다름 아닌 쥐방울덩굴이다.

    말의 양미간에 걸린 방울과 쥐의 목에 매달린 방울의 차이는 상상만 하여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참으로 극에서 극을 달리는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 쥐방울덩굴의 열매는 여섯 갈래로 갈라진 꽃자루마다

    가는 실에 매달린 듯 매달려서 바람이 불때마다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2차 대전 때 공수병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다가

    나무에 매달려 대롱거리는 모습 그대로이다.

    적진을 침투하던 낙하산이 나무에 걸려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는 듯 한 형상의

    이 작은 열매가 필자가 유난히도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군사정부 시절을 특전사에서 수십여 회 매달렸던 낙하산의 추억이

    새롭게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생스러웠던 가운데서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귀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그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좀 더 정확히 얘기 하자면 낙하산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사람이 타는 사각 모양의 기동형과 짐이나 화물을 매달아 떨어뜨리는

    동그란 모양의 화물용 낙하산이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 마두령은 화물용 낙하산과 아주 흡사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한편 아주 앙증맞은 모양으로 피는 꽃과 잎에서는 향긋한 향기와는 달리

    모두 다 누린내 비슷한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냄새가 나는 방울꽃이란 뜻으로 취령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꽃의 형상을 보면 너무 앙증맞고 귀엽게 생긴 모습이

    마치 관악기인 섹스폰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노랗게 생긴 꽃송이가 송알송알 맺혔을 땐 너무 귀엽고 예뻐서

    금방 한 송이를 따서 코끝으로 가져가 보지만 이내 역한 냄새에 고개를 돌리게 되는

    꽃이기도 하다.

    이 쥐방울덩굴의 줄기와 뿌리, 그리고 열매를 모두 약으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씨앗을 채취하여 후라이팬에 살짝 볶은 후 약으로 이용한다.

    그 맛이 매우 쓰고 성질이 차지만 독성은 없다.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폐의 열을 떨어뜨리므로 급성 및 만성의 기관지염과

    폐렴, 천식, 백일해 등에 이용하며

    줄기는 기를 소통시키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소변을 순조롭게 한다고 한다.

    뿌리는 청목향이라 하여 이용 하는데 체내에 기가 뭉쳤을 때

    ()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승, 강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효능이 탁월하다고 하니

    냄새와 맛을 떠나 약용으로 아주 유용한 약초라 하겠다.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주변을 가만가만 들여다보면 약초와 야생화를 비롯하여

    형언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존재가치를 가진 것들이 우리 주변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삶을 아름답게 영위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가끔 추억이란 것을 회상하기도 한다.

    그 많은 추억 속에서도 20대 때의 청춘에 녹아있는 기억들이야 말로

    절로 눈을 스르르 감기게 하는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야생화 이야기를 쓰면서 그 젊음의 시절에 녹아있던 아름다운 음악과 시()

    새삼 떠올리며 추억했다는 하나만으로도 그 어떤 야생화 이야기보다도

    이번 야생화 이야기가 더 아름답게 읽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넓은 하늘을 보기 위해서 반드시 넓은 땅이 필요 하지는 않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즐겁게 살기 위하여 반드시 많은 돈이 있을 필요는 없다라는 말 같기도 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반드시 많은 약을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라는 말로도

    해석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늘 좋은 추억을 회상하고 옳은 계획을 실천하고 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려

    노력하는 일이 돈이나 약보다 더 즐겁고 건강한 삶을 우리에게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 하지 말아야겠다.

     녹제/조연상


    백화소심 18-01-16 16:44
     
    녹제님의 좋은 글 감사 합니다.
     
     

    약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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